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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대해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코믹 드라마입니다. jtbc에서 2019년 8월 9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9월 28일에 종영한,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지요.

먼저 이병헌 감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영화와 드라마판을 오가면서 직접 대본도 쓰는 감독은 좀 드문 것 같은데요. 그런 점에서 이병헌 감독의 필모는 여러모로 흥미롭네요. 이병헌 감독의 작품 특징은 바로 쉴새 없이 치고받는 대사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요. 사실 호불호가 갈리는 면도 있지만 영화와 드라마 세계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게 참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얼마 전에 영화 <드림>이 개봉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기도 하며 다재다능한 활동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멜로가 체질 하면 대사 얘기가 빠질 수 없겠죠.

 

멜로가 체질의 대본집을 보면 글자가 아주 꽉꽉 차있을 정도로 대사양이 참 많은데요. 개인적으로는 병맛 대사들이 참 많아서 그런 개그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매번 빵 터지며 봤어요. 예를 몇 가지 들자면 “안 들어. 안 들어. 충고 안들어.” “입장을 왜 바꿔? 내 입장이 훨씬 좋은데.” “인도를 사줄 수도 있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적금 넣었어.” 가끔 유식한 척하는 문어체 대사들이 어이없게 웃겼어요. 매 회마다 명대사가 많았지만 저는 개인적인 바람으로 이 대사를 꼽습니다. “나도 빨리 성공해서 유치하게 살고 싶다. 난 성공하면 사람 확 변할거야 유치하고 건방지게....” 저도 유치해지고 건방지고 싶습니다.

어떤 캐릭터가 가장 맘에 드셨나요? 멜로가 체질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독특하고 참신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여자 주인공들도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죠. 그래서 취향을 많이 타는 드라마이기도 해요. 시청률과는 상관없이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멜로가 체질의 힘은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한주 회사 상사 소진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예요.

 

보기엔 냉철하고 정확해 보이지만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죠. 극중에서 한주가 재훈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얘기해요. “대신 정확하잖아요. 정해진 업무 외에 커피 심부름도 시키지 않는 분이에요.” 재훈이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하자 한주가 말해요. “당연한 거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난 요즘 사람들 보면 그냥 정확한 사람이 착한 사람 같아요.” 이 대사로 소진의 캐릭터가 완벽히 설명되죠. 재훈은 소진을 “신경질적으로 착하세요.” 라고 평가하고요.

비호감 캐릭터 이야기를 안할 수 없죠. 한주 전 남편... 그 인간이 한주에게 “니 행복을 왜 나한테서 찾아.” 이럴 때 정말.... 극중 은정이처럼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ppl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줬단 점이 이병헌 감독의 재치가 느껴졌어요. 드라마를 보면 과도한 ppl이 피곤할 때가 많아요. 뜬금없는 ppl이 나와서 어이 없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그런 제작 현장을 까는 장면들이 여러번 나오는 게 재밌더라고요. 특히 한주의 오빠오빠 시퀀스. 대놓고 성희롱하는 감독에게 한방 먹이는 장면이죠. 상냥하기만 했던 한주가 오빠 오빠하며 감독과 배우를 따라다니자 남자 감독과 배우의 당황하는 장면이 통쾌하더라고요. 청소기 ppl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한주에게 재훈이 누나누나누나하며 위로해주는 마무리까지... 저는 이 연출이 참 웃기면서도 따뜻했어요.

 

멜로가 체질의 가장 좋았던 장면을 소개해보도록 하죠.

 

개인적으로 병맛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아끼는 장면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진주와 범수가 범수의 집에서의 장면들을 좋아해요. 아침햇살에 눈떠보니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잔 두 사람. 그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능청스럽게 대사치는 장면 보고 배를 잡았어요. “잘잤어요? 근데 왜 암막 커튼을 한했대?” “늦잠 안 잘려고. ” “건실한 청년이네.” 전날 가게 마감 시간이 돼서 방술을 외치며 범수의 집에서 그야말로 술이 술을 먹는 상황이 벌어졌죠. 두 사람이 진짜 술 취한 듯한 연기를 보는 내내 그 자리에 합석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제목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요. 멜로가 체질. 혹시 여러분은 멜로의 뜻을 아시나요? 국어사전에는 멜로를 ‘사건의 변화가 심하고 통속적인 흥미와 선정성이 있는 대중극’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우리가 보통 일반적으로 멜로, 혹은 멜로드라마 하면 연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뭔가 통상적으로 생각했던 뜻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멜로드라마는 그리스어의 멜로스(melos:노래)와 드라마(drama:극)가 결합된 말이라고 해요. 예전에는 주요인물의 등장 ·퇴장을 알리기 위하여 대사를 중단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연극형식을 가리켰다고 해요.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는 시민계급의 대두가 현저하여 고전주의 예술을 부정하는 풍조가 나타났는데, 그 결과 프랑스혁명이 일어났고 한편으로 멜로드라마가 탄생했다고 하네요. 굉장한 역사가 있는 단어죠?

 

 

저는 사실 이 드라마 제목이 참 맘에 들었어요.

우리네 삶에서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거잖아요. 삶이라는 대집합속에 사랑은 늘 속해있죠. 그래서 이 드라마도 제목과 같이 언뜻 보면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냥 인생을 그린 드라마거든요. 그 안에 사랑이 속해있을 뿐이지. 그 점을 뭔가 잘 표현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멜로가 체질!

정말 재밌게 봤지만 아쉬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멜로가 체질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지면 켤 가볍게 볼수만은 없는 드라마예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큰 줄기를 이루기도 하는데요. 여성, 동성애, 사회 초년생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가벼운 로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는다 느낄 수가 있어요. 그리고 병맛 대사들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도 있죠. 그런 면에서 드라마가 취향 타는 드라마라는 것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기존 드라마 캐릭터에 식상한 분들이라면 전형적이지 않은 참신한 캐릭터들이 주조연을 막론하고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원래 유치하다라는 본질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멜로가 체질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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